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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의학신문] 다학제 진료 활성화 필요하다(19.06.24)
readnum 1342 date 20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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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일 
한국의료질향상학회 부회장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 18년 전쯤의 일이다. 외래환자 중에 궤양성대장염 환자가 있었는데,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했다가 몇 년 후 합병증으로 다리에 피부 궤저가 생겨 내원하였다. 대장 염증에 피부과적 문제가 겹치고, 근육까지 염증이 진행되어 정형외과, 감염내과적 문제까지 발생했다. 당시 관행대로 각 관련과별 협진을 의뢰했으나 각과 교수들의 의견이 서로 달랐다.

 

소화기 내과적으로는 스테로이드 용량을 올려야했으나 감염내과에서는 감염의 악화를 우려하여 스테로이드보다 항생제를 권하였다. 정형외과에서는 상처를 도려낼 것을 권했지만, 피부과에서는 피부에 칼을 대면 피부병변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반대하며 피부 소독만을 권고했다.

 

다들 맞는 얘기였지만 해결책은 서로 정반대였다. 매우 복잡한 상황에서 당시 주니어 스태프에 속했던 나는 관례를 깨고 과감하게 시니어 스태프를 포함한 관련 진료과 교수들을 외래 처치실에 소집했다. 환자의 상처를 보며 토론을 나눈 끝에 피부 절제를 유보하고 daily dressing과 소량의 스테로이드, 항생제 처방을 하기로 했고 치료경과는 완벽했다.

 

자칫하면 다리 절단까지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다행히 환자는 수술없이 완치될 수 있었다. 다학제 진료 덕택에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경험이다.

 

의료전문화, 독단에 빠질 수 있어 의학연구의 발달과 더불어 의료는 갈수록 세분화되어가고 있다. 이는 환자에게 전문적인 의료를 제공해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의료인이 한 분야에 전문화될수록 자신감을 넘어 독단에 빠질 수가 있고,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점차 무지하게 되어간다.

 

그 결과 일부 환자에서는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일부 환자에서는 나쁜 치료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학제 진료는 진료의 표준화와 치료효과의 개선, 의료질의 향상을 유도할 수 있다. 실제로 폐암, 유방암, 직장암 등 상당수 연구에서 다학제 진료가 암환자의 생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학제 진료는 단순히 진료를 논의하는 과정을 지나, 다학제 진료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의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진료지침을 잘 따르는지를 평가하고 의대학생이나 수련의에게는 좋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미 표준진료지침이 잘 적용이 되고 있는 병원에서는 복잡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환자의 치료성적에 대한 다학제 진료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보고도 있으나, 많은 연구에서 다학제 진료가 의료진과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권고안을 제시하여 치료결정의 변화에 빈번하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암이나 희귀질환, 불치의 병이 진단되었을 때 또는 복잡한 질환이어서 진단이 잘 안되고 있을 때 환자나 보호자들은 다른 병원, 다른 의사들에게 second opinion을 구하고자 한다. 이런 요구를 그 병원내에서 해결해줄 수 있다면 환자나 보호자들은 굳이 병원을 옮기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다학제 진료 도입 이후 환자나 가족들이 느끼는 진료의 만족도가 향상되었으며, 다학제 진료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느끼는 업무에 대한 만족감과 심리적 안정감, 행복감도 아울러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다학제 진료의 비용-효율성을 평가하고자 진행되었던 연구에서 다학제 진료가 종래의 진료방식에 비해 비용절감 측면에서 더 효율적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진료세분화 될수록 다학제 접근 필요 진료가 세분화·전문화될수록 다학제 진료는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는 암환자의 치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응급실에 내원한 다발성 외상환자, 호흡곤란이나 혼수상태 등 여러 과적 원인을 배제해야 하는 응급환자,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 내외과적 질환이 발생했을 때의 공동 대처에도 다학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당뇨, 고혈압, 뇌경색, 심장병 등 여러가지 약을 복용하고 있는 외래환자에서의 약물 조정은 물론, 이들 환자에게 내시경 등 침습적·비침습적 진단검사를 시행할 때 주의사항 공유를 위해서도 공동 진료가 필요할 때가 있다.

 

병동에 입원한 급성 염증, 급성 복증환자에서 언제까지 약물치료를 해볼지, 안되면 어느 시기에 수술을 들어갈지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내·외과간의 다학제 진료 내지는 공동진료가 더욱 절실하다.

 

다학제 진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의사들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병원과 정부/보험당국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 더 많은 의사들이 다학제 진료를 위해 투입되려면 인력도 더 필요하고 비용도 더 들게 되므로 정부에서는 재정적으로 이를 지원해주어야 한다. 병동환자의 공동주치의 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제도적·법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지금이 의료질 향상을 위해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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