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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의학신문] 가치에 충실한 의료 질 평가를 기다리며…(19.05.27)
readnum 1007 date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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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일 
가톨릭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한국의료질향상학회 부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한국 의료의 특징은 저수가와 높은 접근성으로 인한 효율성이다. 치열한 경쟁환경과 의료인들의 성취동기가 숨어있다. 최근 ‘가치기반’ 의료의 핵심으로서 의료의 질이 강조되고 있다. 성과에 보상하는 지불금과 연계된 의료질 관련 이슈는 의료기관 평가에 농축되어 있다.

 

천문학적인 의료비를 억제하기 위한 미국 공보험의 노하우를 집약하는 ‘가치기반 지불제도’는 정책당국의 중요한 참고가 되고 있다. 실질적인 ‘제로섬’ 게임인 성과보상 제도가 임상의 질에 미친 유의미한 개선은 미국에서도 논란이 된다. 이는 지불제도의 특성과 의료시스템의 구조에 따라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좋은 정책이란 건전한 목적과 균형적 수단, 참여자들의 높은 수용성이 전제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첨예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료 질에 대한 강조는 불가피하다. 의료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지가 많지 않다. 의료기관의 원가 변이가 클수록 수가 산정이 어렵듯이 평가제도가 신뢰받지 못하면 소위 가치기반 지불제도도 자리 잡기 어렵다.

 

모든 분야에서 뉴노멀을 요구하는 전환기다. 기술이 정신을 압도하는 시대, 평가가 추구하는 목적을 이룰 수 없다고 보는 유연한 조직들도 생겨나고 있다. 반면 가격이 통제되고 비급여가 축소될수록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의료기관들은 평가를 통한 보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의료기관 평가의 종류가 많고 중요해질수록 ‘평가의 역설’도 우려된다. 평가가 더 정밀하고 복잡할수록, 그래서 더 노력이 필요하며 실력보다 준비의 치밀함이 중요해질수록 실제로 우수한 의료기관에겐 손해다. 불필요한 투입이 유발되고 환자 케어에 공백이 발생한다면 이는 부작용이다. 평가가 주는 상대적 불이익이 커질수록 왜곡은 확대된다. 평가의 의미는 의료기관 발전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의 촉매가 되는 데 있다.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디지털 정보시대에 소비자의 선택이 의료기관 평가에 좌우될지는 미지수다. 평가결과와 평판의 차이는 무한한 시간의 연속선 상에서 수렴한다. 의료기관 평가는 일시적 진실이 아닌 근본적인 역량을 가려내는 것이어야 한다. 매년 평가결과가 바뀐다면 그것도 문제다.

 

평가는 의료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영역이다. 소위 80대20의 법칙처럼 포괄적이고 중요한 핵심요인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관 단위 평가인 ‘의료질 평가’에는 환자경험평가와 의료기관 인증평가 여부도 포함된다. 의료기관 하나를 모두 담으려니 지표가 많아지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지표가 많으니 가중치도 운명을 가르는 요인이다.

 

주요 질환별이나 영역별 보상체계도 필요하다.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통과했다면 잘하는 일부 분야는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동일한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이 생산성이다. 인력과 자산구조의 경직성으로 불경기가 도래할 때 더욱 취약한 것이 의료기관이다. 투입이 늘면 대형병원도 내일을 장담하기 어렵다. 중소병원은 종별을 넘나드는 충분한 경쟁환경, 의료인력 수급, 차별화 요구, 비급여 축소와 저수가에 더 취약하다. 질 향상을 위한 죽음의 계곡을 넘을 수 있는 ‘니드 베이스’(Need-based) 지원금은 불가능한 것일까. 성과는 그 자체가 보상이라고 했다.

 

정부의 역할은 역선택을 막는 것이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자생적인 질 관리를 유도해야 한다.

 

종별 특성을 고려한 평가, 임의로 정해진 금액이 아니라 노력한 만큼의 성과보상을 예측할 수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 자율과 창의의 공간은 평가의 수용성을 높인다. 잘 정의된 가치의 수준과 스마트한 변별이 필요하다. 변별의 힘은 절제다. 인센티브나 평가는 목적의 방향이 다를 때 필요한 수단이었다.

 

의료기관의 동기는 이미 의료의 질에 맞춰져 있다. 가치의 과잉과 주관화는 지양해야 한다. 과도한 질 관리는 접근성을 낮추고 의료의 집중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지역적 기반이 되는 중소병원에 다양한 혜택이 돌아가고 미래에 더 동기를 부여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보장성 강화 과정에서 소비자 선택권의 훼손은 최소화해야 한다. 합리적인 본인부담을 통한 최소한의 가격기능도 지속가능성을 위한 지불제도의 일환이다. 꼭 필요한 환자가 적정부담을 통해 양질의 진료를 받는 것이 의료의 핵심이다. 모든 시도는 이러한 궁극적 목적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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