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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의학신문] 의학의 첫 번째 법칙, 의사도 실수한다 (19.04.22)
readnum 1304 date 201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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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호기 
인제대서울백병원 교수
한국의료질향상학회 부회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의료는 불완전한 자료로 완전한 판단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의료현장은 처음부터 완전한 자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의 질병은 봄에 피는 새싹 같다. 흙을 뚫고 나오는 떡잎만 보고 진단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질병은 식물처럼 시간에 따라 자라고, 다른 모습으로 변화한다. 처음에 나온 진단 결과도 시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질병이 더 커지기 진에 치료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을 기다리기에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의사는 우선 싹만 보고 잠정 진단을 내려야 한다. 환자에게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온 횡격막환자의 판결은 의료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오류가 있다. 오랜 기간 결론이 난 완전한 자료를 통해 초기 환자의 불완전한 상황을 판단하여 책임을 물었다. 시험문제 정답을 본 사람이 오답을 선택한 수험생을 나무라는 것과 같다. 모든 자료와 의무기록, 영상 검사와 판독지를 참조하고, 잘 모르는 부분을 지적 자만심이 투철한 전문가들에게 자문하고 나온 완전한 결과로 초기 싹만 보고 진단한 의사를 판결한 것이다.

 

응급실에서 복통으로 찾아온 환자에게 완전한 검사 결과나 판독결과, 자문결과를 통하여 진료한다면 판사의 판결처럼 완전한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의료는 질병과 촌각을 다투는 전쟁터와 같은 상황이다. 제한된 정보와 검사결과로 판단을 해야 한다. 잠정진단으로 행해지는 의료에 대하여 오진이라는 누명을 씌워서는 곤란하다.

 

의사는 환자의 진단을 위하여 여러가지 시도를 한다. 문진, 신체진찰, 병력청취 등과 더불어 각종 검사와 촬영도 하지만 흔한 질병이 아닌 경우 원인을 찾기 어려울 때가 있다. 질병이 몸 깊숙이 숨어 있거나, 처음 머리카락만 보이는 경우도 있다. 더욱 난처한 것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결과가 나오거나, 검사를 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이다. 자료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검사결과가 상반된 경향을 보일 경우 아무리 경험이 많은 의사라도 완전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 불완전한 자료에 의한 진료는 의료현장에서 매일 같이 일어난다. 의료의 속성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판사에게 1주일 만에 판결하고 선고(의사의 처방처럼)를 해야 한다면 오판이 많이 생길 것이다. 판사가 오판하였다고 재판에 회부되어 죄를 묻지 않는 것은 판사의 일이 선의와 공공의 목적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판사처럼 의사의 일은 선의와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 의사의 책임을 묻지 말자는 뜻은 아니다. 명백한 잘못에 대한 보상과 조치는 이루어 져야한다. 예를 들어, 좌측 수술을 오인해 우측을 수술하는 경우나, 혈액형이 A형 환자에게 B형 혈액을 수혈하거나, 수술 후 수술기구나 거즈를 배속에 놓고 나오는 경우이다.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길까 싶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현대 의료를 행하는 모든 국가에서 드물지 않게 보고된다.

 

의료선진국이라 함은 사고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료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하여 환자안전 보고 학습체계를 가동하여 근본원인 분석과 재발방지 대책과 체계가 있는 것이다. 형사처벌은 근본원인 분석과 재발방지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를 개인에게 돌려 피해를 당한 사람의 한풀이는 될지 모른다. 그러나 개인에 대한 처벌은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근본원인을 찾지 못하게 되고 문제를 덮어 버린다. 재발방지는커녕 똑같은 의료사고 재발을 조장한다.

 

의료체계는 완전하지 않다. 현대의학은 불완전한 자료로 완전한 판단을 요구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불완전함을 끊임없이 수정 보완하는 과학적 접근을 의미한다. 의료가 완전할 것이라는 오해가 잘못된 판단을 불렀다. 의학의 첫 번째 법칙 의사도 실수한다. 의사의 오류가 선의와 공익을 위한 행위의 결과라는 것을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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